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 문학동네 시집 58 - 초판 (알시0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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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급(새책)
도서 설명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는 꽤 서술적인 시집이다. 무언가를 잊고 떠나보내려는 시적 화자가 젖은 눈으로 되돌아보는 지난 생이 담겼기 때문이다. 무엇이 시인을 그토록 괴롭혔던 것일까? 그는 '나 그 길 위에 드난살았다 세월이 지나가고/ 그 여자도 지나갔지만 그때마다 목젖이 부어올랐다/ 나 목이 아파 진열장의 마네킹처럼 침묵했다'고 했다.
무엇이 '나 그 길 위에 드난살았다'고 말하게 했는지 입을 꾹 다물던 그는 아주 느리게, 한 장 한 장씩 그 비밀을 꺼내보인다. 그러나 '삶'에 대한 뒤늦은 회한과 이미 잊은 줄 알았던 여인에 대한 늦은 사랑 중 어느 하나를 택하기에는 아직 숨겨진 비밀이 많다.
어찌되었던 그의 시는 조금은 지치고 낙망(落望)한 듯 느껴진다. 힘없이 '아이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달아난다/ 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가서는 오지 않는 날들/ 죄다 불러들여 같이 놀고 싶다'라고 말을 내는 걸 보면.
또 '나는 맨질거리는 돼지머리처럼/ 후회의 뒷덜미를 밀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순결한 청춘과 슬픈 연애를 꺼뜨리고 싶었습니다/ 한때 가슴 뜨겁게 움켜쥐던 책들/ 모조리 던져놓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
그러나 재빨리 따라온 생이 그에게 회한을 요구한대서 내처 한숨만 쉬지는 않겠다는 듯 그는 현재를 이렇게 진단한다. '적이 없는 생애는 쓸쓸히 시들어간다/ 고요하고 섬세하게 외롭다'. 차라리 '적'이 있었음으로 외롭지 않았다고, 늘 싸울 상대가 있어 살아있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서야 '더이상 이별할 게 없는 안녕아 안녕/ 그 안녕은 세발자전거에도 안녕을 고하는 조카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진 중년의 탄식에 불과하지만/ 그래서 가까스로 처연해진다 안녕 안녕'이라고 세상에 인사를 보낸다.
자신을 힘들게 하던 것, 그것이 사라진 뒤에 쓸쓸히 시들어가는 나날, 이제 그 나날과도 안녕을 고하는 시인이 모습이 새겨진 시집이다. 그래서 힘아리가 없고 젖은 눈처럼 진물투성이지만, 어떻게 쓸쓸함을 견디어야 할 지 난감한 이에게는 이 시집도 작은 등불이 될 수 있으리라.
도서 부연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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