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급(새책)

무의식 내부의 환상과 심연의 불협화음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형상화해온 박주택의 네번째 시집이다. 시간과의 대결과 화해라는 주제가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환상'이 융합되는 내면 풍경 묘사와 더불어 절실하게 드러난다.

시인은 실체 없는 것들에 육체를 부여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 육체를 메스로 갈라 그 속의 살점과 붉은 피를 보여주고 피의 냄새를 맡게 한다. 그리하여 실존의 허무를 노래한다.

시간에 대한 저항과 복속이라는 시인의 테마는 '기억', '망각', '잠', '환몽' 등의 신화적 상상력과 결합한다. 오형엽의 해설에 의하면 '박주택의 시에는 시간이 잠복해' 있다는 것. '적막과 상처의 풍경화'는 '과거의 아픈 상처를 뼈저리게 반추하며 어둠의 자화상을 그리는 기억이 몸의 회로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