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급 - 새책

한국 현대철학에 가장 중심적인 인물이었던 박종홍의 철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책.

저자에 따르면 박종홍은 철학과 현실의 관계를 누구보다 깊이 고민했던 인물로,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철학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그의 현실 참여적 철학은 박정희와의 만남을 통해 다소 어긋난 방향으로 나타난다. 박종홍은 현실의 모순을 파악하고 저항하기 보다는 모순된 현실에 참여하는 쪽을 택했고, 유신체제를 이념적으로 정당화하는 데에 적극 참여했던 것.

이 같은 박종홍의 태도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철학이 철학답기 위해서는 권력 밖에서 권력이 작동하는 현실 구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비판 정신이 선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종홍의 철학은 그런 작업을 하기에는 이미 현실의 실천 구조 속에 너무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 또한 박정희도 자신의 비극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권력 중심부에서 나와 권력의 주변부를 바라보는 여유를 지녔어야 한다. 하지만 박종홍 철학은 그것을 해주지 못했다."

저자는 이러한 비판적 관점에서 박종홍 철학의 성격과 구조를 5장에 걸쳐 자세히 설명한다. 먼저 1, 2장에서는 20세기 한국철학의 현실을 반성하고, 박종홍이 바라본 철학과 현실의 관계를 분석한다. 이어 3, 4장에서는 박종홍 철학의 중심개념들을 통해 그가 제시하고자 한 철학관을 설명하고, 마지막 5장에서는 박종홍 철학이 유신정권과 관련된 면들에 대해 살펴본다. 저자는 60여 페이지에 걸쳐 꼼꼼히 주를 달았고, 용어풀이와 더 읽어야 할 자료를 함께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