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매우 깨끗하고 상태 좋음)

그해, 내게 머문 순간들의 크로키

한강이 첫 장편 소설을 낸 여름, 여행 가방 두 개를 끌고 미국의 한 소도시로 날아가 경험했던 일들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그녀는 3개월간 아이오와 대학의 국제 창작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주로 제3세계에서 온 시인, 소설과들과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고, 프로그램이 끝난 후 한달쯤 발길 닫는 대로 여행을 계속했다.

하지만 이 책은 창작 프로그램이나 미국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그가 만난 사람들, 짧게 스쳐가며 내면을 열어 보여준 이들에 대한 스케치, 혹은 크로키일 뿐. 책장 사이사이에 박힌 김홍희의 사진은 그녀의 눈동자 속을 펼쳐놓은 듯 서늘하면서도 따스하고, 동시에 담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