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옥을 건축학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저자는 한옥에 대해 얘기하되 한옥을 감싸고 있는 고향의 주변 풍경들, 사람들이 쉽게 지나쳐버렸던 한옥의 세세한 아름다움과 여유까지도 찬찬히 보여준다.

이야기는 고향 마을을 감싸고 있는 마을길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직 포장이 안된 시골길에는 구들을 따뜻하게 덥혀 줄 나뭇단이 쌓여 있고, 시냇물에는 섶다리나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개울을 건너면 마을 입구에 금줄을 두른 아름드리 정자나무와 웃음기 많은 장승이 보인다. 저자는 이런 모습들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그것이 지닌 그 나름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풀어낸다.

얼추 마을 구경을 끝낸 저자는 이제 고샅길과 솟을대문, 그 문에 박힌 문빗장이며 담장, 굴뚝, 안마당, 곳간까지 구석구석 읽는 이에게 설명한다. '처마 곡선'에만 한옥의 전통적 미가 배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저자가 보여주는 한옥과 그 주변풍경은 하나 하나 새롭다.

책 속의 글들이 특별히 빼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과 아귀가 꼭 들어맞는 사진들이 함께 잘 어우러져 있어 이 책을 '보는' 즐거움도 꽤 쏠쏠하다. 저자는 이 책 말고도 한국의 종가집 순례를 담은 <한옥의 향기>, 한옥의 미의식과 사상의 반영을 탐구할 <한옥의 조형>도 함께 펴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