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추상과 인간군상 작품 등으로 우리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화가 고암 이응노(顧菴 李應魯, 1904-1989)에 대한 책. 기존의 논문과 평문, 에세이, 그리고 신문 기사 등을 총정리해서 재편집했다. 1000여 권에 달하는 국내외 문헌들과 기존의 오류들을 바로잡은 연보를 수록한 기초 자료집이다.

고암은 일제시대와 해방, 한국전쟁, 80년 광주항쟁 등 한국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에 늘 가까이 있으면서 작품활동을 해왔다. 동베를린 사건으로 옥고를 겪기도 했고 80년 이후에는 통일과 민주화, 평화를 염원하는 군상연작들을 선보였다. 국내에서의 활동이 어려웠던 이유로 주로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 개인전을 가지면서 활동하다 결국 파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책의 1부는 총론격으로 윤범모, 이경성, 유준상, 이석우, 최일단, 김용대, 유홍준, 엘리세프, 보보 등이 쓴 10편의 논문과 평문, 에세이를 모았다. 2부와 3부에서는 사준자에서 콜라주, 문자추상과 인간 시리즈까지 다양하게 변화해온 그의 화풍과 작품활동을 엿볼 수 있다.

4부는 '고국에 보내는 나의 스케치'라는 제목으로 고암의 글과 인터뷰를 모았고, 5부는 고암의 인생과 예술세계에 관한 이응노와 박인경, 도미야마 다에코의 대담을 수록한 것이다. 화려한 도판들보다는 화가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자료들에 집중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