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급 - 새책

영화, TV, 비디오, 인터넷, 대중음악, 교육... 문화 영역의 풍부한 역사적 사례와 최근의 문화적 논쟁들을 담은 흥미로운 담론이 펼쳐진다.

이 책은 1980 ~ 1990년대 미국의 문화적 지평을 분석하면서, 오늘날 예술, 미디어, 오락산업, 교육 등 각부문에서 위협받고 있는 민주주의의 의미와 그러한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요구되는 문화적 작업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저자인 데이비드 트렌드는 이른바 '문화 전쟁'과 '정체성의 정치'가 우파와 좌파 사이의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비화되면서, 양극화된 담론과 과열된 수사적 대결이 되고 만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시장의 힘과, 우파 미디어의 선동, 고립을 자초하는 문화집단들과 여전히 문화 영역을 경시하는 좌파들의 무능함은 이러한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에 저자는 민주주의 원리를 오늘의 맥락 속에서 현재화하고 급진화하는 '급진 민주주의' 기획을 통해 좌파와 우파의 전통적 구분을 전복할 가능성을 찾는다. 그것은 구태의연한 정당정치의 틀을 넘어서 다양한 이슈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적 공간'을 구성하고,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는 상호 이해의 바탕을 만들어가는 방안이다.

미국의 예에 치우친 감은 있지만, 대중 문화 및 예술 분야의 논쟁들을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을 통해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