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급(새책)

고통과 절망의 현실을 버텨내는 모래알 같은 삶들을 나지막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온 소설가 윤성희. 그가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에 이어 세 번째로 묶어낸 단편집이다. 표제작 '감기', 2007년 이수문학상 수상작인 '하다 만 말'을 포함해 총 11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얼핏 무질서하게 엮이는 이야기들 속에서 흐뭇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윤성희의 소설. 진부하고 시시할 법한 인물과 사건을 소재가 새로운 이야기가 되고, 비극적이고 어두운 일상을 한마디 농담처럼 툭 던지고 만다.

소설집 <감기>에는 대단한 사건이나 줄거리 대신 왁자한 주인공들의 사연이 있다. 작가가 상처와 균열에 무심한 듯 내보이는 연대의식은, 특별한 문체적인 수사가 없는 단문들의 연쇄에 감추어져 있다.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합종연횡하며 희극과 비극의 순간과 감정을 뒤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