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를 찾아서 - 정희성 시집 - 초판 (나3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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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급 - 새책
도서 설명
"세상에 입 가진 자 저마다 떠들어"('말')댈 때, 정희성 시인은 시 두 편을 가슴에 품었다. "발표 안된 시 두 편만/가슴에 품고 있어도 나는 부자다"('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라고 은근히 시에 대한 자신의 청빈함을 내비치면서.
그런데 이를 어쩐다..., 한동안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이제는 말을 처음 배우는 어린애 마냥 말이 신기하고 놀랍게 느껴졌다고 한다. 마치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마음"이면서 "끝없이 저잣거리 걷고 있을 우바이/그 고운 사람"('시를 찾아서') 같았다고. 그래서 시인 쪽에서 시를 찾아 나서기로 작정하고 근 10년 만에 이 시집을 펴낸 것이란다.
시집 곳곳에는 옛날 그의 시들처럼 아름다운 순간과 은은한 묘사가 숨어들었다. 시인과 함께 '그대'가 사라진 자리에 섬광처럼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서울역 지하도에서 말을 하고자 해도 말이 되지 않는 심정이 느낄 만큼 시들은 알맞게 물컹하다.
그런가 하면 불쑥 '사랑'에게 이렇게 고백하기도 하는 것이다.
"사랑아 나는 눈이 멀었다/멀어서/비로소 그대가 보인다/그러나 사랑아/나도 죄를 짓고 싶다/바람 몰래 꽃잎 만나고 오듯/참 맑은 시냇물에 봄비 설레듯"('사랑' 전문).
그렇게 사랑과 친구하고 또 먼 하늘가에서 마음을 출렁이게 하는 것들을 찾아 "채 눈뜨지 못한/솜털 돋은 생명을/가슴속에서 불러"('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한마디 말')내면서 시인은 다시 우리 앞에 섰다. 자, 어떠냐고 이 내 모습이 나쁘지는 않을 거라며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을 살짝 살짝 감췄다 폈다 한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기억하는 이라면 정희성 시인의 변화가 새삼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참여 시인이면서도 꽤 서정적이었던 그가 좋았다면 다소나마 당황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러나 "어린애 같은 마음으로 되돌아가 세상을 고운 눈으로 바라보기"를 원하는 그의 마음만은 탓하지 말자. 대신, 앞으로도 시인이 더 열심히 시를 찾아 나서기를 맘속으로 열심히 응원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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